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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에서는 시간에 따른 로스팅에 대해 알아봤는데, 이번에는 집에서 커피 볶는 법에 대해 알려드리려 합니다. 커피를 볶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결국 콩이기 때문에 몇몇 도구만 있으면 간단히 볶을 수 있습니다. 프라이팬이나 솥 그리고 저어줄 주걱만 있으면 됩니다. 바로 보시죠.
집에서 커피 볶기
커피 볶기를 위한 준비
커피는 일종의 콩입니다. 따라서 콩이나 깨를 볶을 때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도구들만 있으면 그만입니다. 우선 커피콩을 그라인딩하고 추출하여 마실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열원이 필요합니다. 가정이라면 휴대용 가스레인지나 가정용 가스레인지 혹은 스토브 정도면 충분합니다. 가스레인지의 경우 부엌이나 가정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 조절이 쉬워 가장 편리합니다. 또한 스토브의 경우 열량이 지나치게 적은 경우가 아니라면, 커피가 탈 우려가 없어 초보자가 볶기에는 좋은 도구입니다. 한편, 나무를 태우거나 참숯을 이용하여 숯불 배전 커피를 볶을 수 도 있습니다. 이 경우 열 조절이 어려우나 숯을 다루는 노하우가 있다면 개성 있고 독특 한 맛의 탄화배전 커피를 만들어낼 수가 있습니다.
프라이팬이나 중국식팬 혹은 간단한 솥 이외에도 그것을 저어 줄 나무 주걱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밥을 풀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주걱의 경우에는 커피를 볶다 보면 눌어서 타거나 냄새가 날 우려가 있으며, 쇠로 된 것을 사용할 경우에는 열전도율이 높아 손잡이가 뜨거워지므로 나무로 된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커피가 다 볶아졌을 경우를 대비하여 순간적으로 커피를 식혀줄 수 있는 망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국수 따위를 받치는 거름망이나 옛날 가정에서 사용하던 체 같은 것이면 됩니다. 이때 위에서 선풍기 등으로 시원한 바람을 주는 것도 좋은데, 특히 커피를 볶는 양이 많을 경우 선풍기는 필수적입니다. 가끔가다 커피 볶는 가게에서 로스터기 앞에 놓여 있는 높다란 선풍기는 커피를 식히는 데 도움을 주는 부가적인 쿨러(Cooler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로스터는 커피를 볶는 동안 변화되는 커피의 색깔을 확인함과 동시에 이빨로 깨물었을 때의 아삭 거리는 정도, 그리고 냄새와 오일의 정도를 판단하여 그 커피의 로스팅 포인트를 정합니다. 그러나 만약 적절하게 커피를 재빨리 식히지 못하면 로스터의 결정과 상관없이 커피는 지속적으로 볶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소홀하기 쉬우나 가능한 한 빨리 식혀 주는 것이야말로 실제로는 아주 중요한 마무리 작업입니다.
프라이팬으로 커피 볶기
프라이팬이나 중국팬의 경우에는 수망과 달리 커피가 볶아지면서 변하는 색깔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커피의 납작한 면이 팬의 바닥에 닿아 골고루 익 지 않는 것은 단점입니다. 커피는 흡수력이 강합니다. 따라서 가정에서 사용하던 팬을 사용할 경우 남아 있던 기름 냄새가 커피에 배게 되어 커피 맛을 망칠 우려가 있으므로 깨끗이 씻은 후 사용합니다. 중국팬의 경우에는 가운데 부분이 좁고 둥글어 한쪽으로 커피가 쏠리는 것을 방지해 주므로 균일하게 되어 프라이팬보다 커피 볶기 에 오히려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팬으로 커피를 볶을 때에는 한쪽 면이 바닥에 붙어 타 지 않도록 일정한 방향으로 젓는 것이 좋습니다. 로스팅 과정은 아래의 수망이나 로스터기의 경우를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수망으로 커피 볶기
프라이팬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경우에는, 커피나 커피기구 상점에서 수망이라 불리는 (손잡이와 뚜껑이 있는) 망을 구입해서 커피를 볶을 수도 있습니다. 수망 에는 부엌의 가스레인지에 얹고 손으로 돌리는 기구, 또는 무게 1000~800g 등 여러 기종이 있습니다. 모터가 없는 경우 손으로 지속적으로 쉬지 않고 흔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손목에 무리가 가고, 수망의 뚜껑으로 인해 색깔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나, 반면 콩이 골고루 익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망의 열린 면으로 인해 불이 콩에 직접 닿아 직화식으로 볶아지기 때문에 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입니다. 어떤 도구로 어떻게 얼마만큼 단련하였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 에 수망으로만 수년간 볶은 사람이 좋은 기계로 경험이 짧은 사람보다 훨씬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본인이 쓰는 기계에 대해 얼마나 숙지하고 있느냐, 그 기계를 얼마나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맛을 찾아내느냐가 얼마나 비싼 상업용 기계를 가지고 있느냐보다 더 중요합니다. 물론 좋은 기계로 잘 구워진 커피가 가정용 프라이팬으로 구워낸 커피보다 훨씬 맛이 뛰어나리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제 수망으로 커피를 볶아봅시다.
1. 핸드픽한 커피를 수망에 넣어 열리지 않도록 뚜껑을 고정시킵니다.
2. 가스 불을 중간 불 정도로 켜고 불 위에 10~15c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일정한 속도로 한 방향으로 둥글게 짓습니다.
3. 실버스킨이 벗겨지기 시작하면 불을 조금 키우거나 불에 수망을 가까이 두어 첫 번째 팝핑이 시작되는 것을 돕습니다.
4. 첫 번째 팝핑이 시작되면 라이트 로스팅으로 약약 배전이 되나 이 경우에는 마시기 적합하지 못하므로 불을 조금 줄이거나 수망을 불에서 조금 떼어 줍니다. 지나치게 불을 줄이거나 거리를 두어 첫 번째 팝핑이 일어나다 중단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콩마다 팝핑이 다 끝나고 맛을 숙성시킬 수 있도록 시간을 주면 빈은 가벼워지고 2차 팝핑을 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때 불을 줄이게 되면 첫 번째 팝핑에서 두 번째 팝핑이 급속하게 진행하는 것을 막아줌으로써 깊이 있는 커피 맛을 유도해낼 뿐만 아니라 첫 번째 팝핑의 시간을 늘려줌으로써 얼룩이 지지 않고 일정한 커피의 색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5. 두 번째 팝핑이 시작되면 이때부터 가벼운 중배전 정도의 시티 로스팅이 되는데 커피가 지닌 맛과 로스터의 스타일에 따라 로스팅 포인트를 잡습니다. 두 번째 팝핑의 소리가 절정에 이르면 커피빈 표면에 기름이 살짝 비치는데 이때가 풀시티에 해당합니다.
6. 로스팅의 완료시기를 결정하면 넓다란 체에 꺼내어 흔들어주거나 선풍기를 쐬어 콩을 재빨리 식힙니다.
7. 두 번째 핸드픽을 행하고 숙성을 위해 하룻밤 놔둡니다. 그 후 분쇄하여 마십니다.
수망 배전 시의 소요시간은 약배전에서 강배전까지 13~20분 정도로 둡니다. 강배전일수록, 수분이 많이 포함된 생두일수록, 크기가 큰 콩일수록 로스팅 시간이 깁니다. 수망으로 볶을 경우 아무리 일정하게 커피를 저어주어도 기계에서 볶는 것과 달리 골고루 볶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수분의 함량이 많아 속까지 익히기 어려운 콜롬비아 나 케냐, 탄자니아와 같은 커피는 초보자의 경우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연 건조되어 수분의 양이 적은 에티오피아 커피나 중남미계의 커피인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브라질 커피 등이 초보자가 볶기에 좋습니다. 혹은 카리브해의 자메이카나 쿠바, 도미티 칸 리퍼블릭 빈이 수망으로 볶기에 좋은 커피들입니다.
수망의 경우 콩의 색깔을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거듭된 경험으로 인하여 숙달된 경우에라야 집중하여 소리로 빈의 볶은 상태를 추측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기계와 달리 수망 내의 온도를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로스팅을 할 때마다 불의 세기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초보자의 경우 소리와 더불어 번거롭더라도 뚜껑을 여러 차례 열어 볶아지는 빈의 색깔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하는 색깔의 샘플을 곁 에 두고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 기름이 커피 표면에 비치치 않은, 볶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콩을 샘플로 정하는 것이 비교하기에 좋습니다.
수분의 함량이 많은 생두의 경우에는 커피를 두 번 볶아내는 더블배전이라는 것을 하는데, 이를 통해 수분을 적절히 제거해 주어 커피 속까지 골고루 잘 익게 합니다. 즉 첫 번째 커피를 볶을 경우에는 중간 불에서 커피의 수분이 빠져나갈 정도, 노란색이 돌 정도까지만 볶은 다음 콩을 식혀 준다. 그런 다음 다시 수망에 넣고 보통 배전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로스팅을 진행하면 됩니다. 햇콩의 경우 묵은 콩에 비해 수분의 함량이 많으므로 더블배전을 하면 좋습니다
마치며
다들 집에서는 커피를 볶을 생각을 안해보셨을텐데 이번 기회에 한번 도전해보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사실 커피를 한잔 사마시는 게 가장 쉽고 편하지만, 커피를 진정 즐기고 싶은 분들은 해보면 좋은 경험이 되리라 믿습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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