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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에 대하여

  이번 포스팅에서는 커피를 볶는 과정인 로스팅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커피의 맛은 생두의 질과 원두를 로스팅한 시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조건의 밸런스가 아주 잘 맞아야 합니다.

 

1. 커피에는 7가지 맛이 있다.

  커피 생두를 로스팅하면 커피 본연의 매력적인 맛이 탄생합니다. 그렇다면 커피 맛이 가진 매력은 어떤 것일까요? 커피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7가지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향, 쓴맛, 신맛, 감칠맛, 단맛, 바디감), 그리고 애프터 테이스트 (입 안에 남는 여운)입니다. 이 표현은 커피뿐만 아니라 와인이나 위스키 등 술에도 자주 사용합니다. 저는 커피를 취하지 않는 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술과 커피에는 기호품으로서의 공통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커피는 이 7가지 맛이 서로 복잡하게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진 것이라 추측됩니다.

 

[맛을 표현하는 예]

  신맛은 가벼운 신맛, 묵직한 신맛, 부드러운 산미, 날카로운 신맛.

  단맛, 감칠맛, 깊은 바디감, 풍부한 바디감, 산뜻한 쓴맛, 부드러운 쓴맛, 강한 쓴맛.

*이와 같은 표현에서는 각각의 맛의 질이 중요합니다.

 

[풍미를 표현하는 예]

  은은한 꽃향, 베리, 라즈베리, 레몬, 수박, 멜론, 견과류, 초콜릿, 시나몬, 꿀, 메이플 시럽, 설탕, 캐러멜, 건포도, 망고 등.

 

2. 로스팅에서 중요한 것

  시중에는 많은 로스터리 샵이 있으며 이들은 각기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로스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생각했던 맛이 나오지 않아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을까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로스팅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커피 생두는 커피나무 열매의 씨앗입니다. 커피 체리라고 불릴 정도로 열매 모양이 체리와 많이 비슷합니다. 커피 생두는 수확한 커피 체리를 정제한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커피 생두에서는 비린내가 납니다. 하지만 로스팅을 통해 화학 변화를 일으키면 흔히 알고 있는 다갈색을 띤 맛있는 커피로 변신합니다. 커피 생두에 열을 가하면 원두 속의 성분이 화학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성분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커피 맛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은 휘발성 성분으로 명확한 수치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수백 종류의 성분이 있다고 합니다. 그 휘발성 성분을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로스팅의 목적입니다. 생두의 성분이 로스팅 과정을 거치면 커피 고유의 향과 신맛, 감칠맛, 바디감, 구수한 향으로 변합니다. 그러나 열화학 변화를 마치기 전인 원두에서는 풋내, 떫은맛, 잡맛, 아린 맛이 느껴집니다. 열화학 변화를 마친 원두에서는 불필요한 성분이 사라져 맛있는 커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를 `완전 로스팅`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완전 로스팅이 된 상태는 열화학 변화가 정상적이고 완전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생두의 불쾌한 성분이 열화학 변화로 완전히 소멸하고 맛있는 성분으로 변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불완전하게 로스팅된 경우는 열화학 변화가 정상적이지 않았거나 혹은 충분하지 못했던 것으로 위에서 언급했던 생두의 불쾌한 성분이 느껴집니다.

 

  원두의 열화학 변화가 올바르지 못한 상태에서 커피를 추출하면 이질적인 맛이 난다, 바디감이 없다, 향이 약하다, 신맛이 세다, 감칠맛이 적다, 풍미가 나지 않는다, 수색이 탁하다 등의 특징이 나타나고 그 결과 풋내, 떫은맛, 잡미, 아린 맛 등이 남게 됩니다. 이처럼 각각의 커피가 갖고 있는 본연의 맛과 향은 완전 로스팅이 끌어올려주는 것입니다.

 

  로스팅한 원두를 추출한 맛을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맛은 단적으로 말하자면 ‘맛있는 커피’, ‘맛이 없지는 않은 커피’, ‘맛없는 커피입니다. 같은 생두를 로스팅해도 로스팅하는 사람에 따라 위의 세 가지 맛이 납니다. 질 좋은 커피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로스팅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커피 맛에서 더 중요한 것은 생두의 품질인가 로스팅인가”라는 논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두 가지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 왈가왈부하는 것의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직접 로스팅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질 좋은 생두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며 질 좋은 생두를 쓴다고 할지라도 로스팅이 엉망이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생두와 로스팅은 상관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고로 맛있는 커피가 100점이라면 생두의 품질이 10점 만점, 로스팅이 10점 만점으로 둘을 곱하면 100점이 됩니다.

 

  맛있는 커피의 커트라인 점수는 생두의 품질 8점, 로스팅은 7점 혹은 생두의 품질 7점, 로스팅이 8점인 56점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두 품질이 좋지 않으면 로스팅 기술로도 커버할 수 없으며 로스팅 자체가 뛰어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품질의 커피라도 맛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처음 출판했던 책에서는 7점과 7점을 곱한 49점을 맛있는 커피의 기준으로 삼았었습니다. 경쟁이 더 심해진 지금은 전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로스팅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1점을 더해 56점으로 기준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3. 로스팅 시간의 차이와 특징

  커피 업계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로스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스식 로스터기의 경우는 로스팅 시간도 사람마다 다르고 완성된 커피의 맛도 완전히 다릅니다. 적절한 로스팅 시간은 로스터들의 선택에 맡겨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맛있는 커피여야 할 것입니다.

© gregoryallen, 출처 Unsplash

1) 단시간 로스팅

  배기와 화력 모두 강하게 설정하고 로스팅합니다. 1차 팝핑이 약 11분쯤에 시작되는 것이 기준입니다. 1차 팝핑이 시작된 뒤 10°C정도 온도가 상승(총 13분 정도의 로스팅 시간)하면 로스팅을 마칩니다. 단시간 로스팅된 커피에서는 대체로 신맛이 많이 나고 그 신맛 속에서 커피의 캐릭터와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로스팅 방법이나 로스터기에 따라서는 떫은맛이나 잡맛이 나올 수도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로스팅 포인트가 매우 좁기 때문에 매번 로스팅할 때마다 같은 맛을 재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경우에 따라 열량 부족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맛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있습니다. 때문에 단시간 로스팅은 라이트 로스트에 가장 알맞은 방법입니다.

 

2) 일반적인 로스팅

  배기와 화력 모두 약간 강한 정도로 설정하고 1차 팝핑이 일어날 때까지의 시간을 약 14분, 2차 팝핑까지를 약 17분으로 설정한 로스팅 방법입니다. 로스터기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로스팅 방법이나 시간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강하게 볶아도 신맛이 남는 편이기 때문에 약하게 로스팅할 때는 신맛을 조절하거나 떫은맛, 잡맛을 처리하는 데에 신경 써야 합니다. 로스팅 포인트가 좁아 매번 같은 맛을 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원두 맛이 떨어지는 속도는 단시간 로스팅보다 느린 편입니다.

 

3) 장시간 로스팅

  제가 하는 완전 로스팅이라는 방법입니다. 12분에 균질화 단계에 들어가고 그 후에 1분에 4~5°C씩 정도의 온도 상승 간격을 유지하며 17~18분에 1차 팝핑, 23분 정도에서 2차 팝핑이 일어나도록 합니다. 이 방법으로 로스팅할 때는 댐퍼로 내부 압력을 정확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약하게 로스 팅 하면 고급스러운 신맛과 커피의 캐릭터, 그리고 세밀한 맛이 선명하게 살아나고 로스팅 정도가 강해질수록 단맛, 바디감, 쓴맛이 나타납니다. 이처럼 라이트 로스트에서 다크 로스트까지 모든 영역에서 커피 원두가 가진 개성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완전 로스팅된 커피는 맛의 재현성도 안정적이고 떫은맛이 나 잡맛이 없으며 원두의 맛이 떨어지는 속도도 매우 느리므로 오래 보존하기에도 좋습니다. 커피 로스팅은 그 커피가 가장 빛나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라이트 로스트부터 다크 로스트까지 모든 영역에서 높은 퀄리티를 표현할 수 있는 장시간 로스팅 방법이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번 포스팅에서는 로스팅에 대해 다뤘습니다. 로스팅 시간에 따라 맛과 향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선호하는 방법은 장시간 로스팅인데, 바로 라이트 로스트부터 다크 로스트까지 전 영역에서 상당히 질 좋은 로스트를 구현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른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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