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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드립

  융은 플란넬이라고 하는 천입니다. 융은 양면이 서로 다른데 융의 생명은 그 천의 안쪽에 있는 털에 있습니다. 털이 닳아 없어지면 생명이 다하는 것입니다. 생명이 다하면 융 특유의 커피 맛을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그때에는 새로운 융으로 바꾸어 주어야하므로 반영구적입니다. 융의 모양은 2매음과 3매음이 있습니다. 플란넬이란 천만 있으면 이를 만들기는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닙니다. 추출 시에는 모가 긴 쪽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여 사용하는데 이는 융모의 흐름을 쉽게 함으로써 융의 특성을 살린 커피의 추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융 드립 커피의 특징은 다른 추출에 비해 기름지고 꽉 차는 풍부한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입맛은 점차 연한 카피에서 진한 것으로, 밋밋한 것에서 감칠맛 있고 깊이 있는 커피로 변하게 됩니다. 진한 커피의 진수는 뭐니 뭐니 해도 융 드립입니다. 융 드립 커피는 커피의 오일 성분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추출함으로써 기름지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 커피에 비해 커피의 입자가 둥글어 입안에서 매끈거리는 느낌이 강하고, 그 여운이 입안에 오래 남습니다. 드립 커피의 역사가 긴 일본의 경우 커피를 볶는 많은 집들이 융 드립을 선택합니다. 그만큼 융 드립 커피는 강렬하고도 긴 여운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추출 준비

  융 드립은 보관과 취급이 어렵습니다. 융을 처음 사용할 경우에는 취급하기 전에 끓는 물에 커피를 한 스푼 정도 넣고 약한 불에 30분 정도 끓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융에 붙어 있는 풀이나 천의 냄새를 제거하고 섬유 조직을 풀어 주어 커피향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여 커피를 추출했을 때 잡미를 없앨 수가 있습니다. 융을 충분히 삶은 다음에는 흐르는 깨끗한 물에 씻습니다. 사용하던 융의 경우에도 융을 깨끗이 씻습니다. 이는 커피의 오일 성분이 오랫동안 필터에 배어 있거나 커피의 작은 입자가 필터의 구멍을 막아 필터가 오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필터가 오염되면 그 불순물에 의해 필터에 좋지 않은 냄새가 날 수 있으므로 보관 시 늘 깨끗이 씻고 사용하기 전에 흐르는 물에 행궈 사용하도록 합니다.

 

  추출에 앞서 융을 보온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융은 드립퍼에 끼우는 페이퍼와 달리 물을 많이 머금습니다. 따라서 뜨거운 물로 융을 따뜻하게 데운 후에 깨끗한 수건으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융에 물기가 남아 있을 경우 물맛이 나는 커피가 추출될 우려가 있으며 보온하지 않은 융을 사용할 경우 추출 과정의 온도 변화로 인해 커피의 맛이 변형되어 좋지 않은 맛을 내게 됩니다. 보온한 드립퍼는 탁탁 털어 필터의 주름을 펴서 사용합니다.

 

  커피를 넣을 때는 융 드립퍼에 커피를 2/3 이상 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융 필터는 팽창력이 강해 커피가 드립퍼 밖으로 넘쳐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 nate_dumlao, 출처 Unsplash

추출

  융 필터가 가진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커피의 양보다 약간 더 많은 커피를 사용합니다. 너무 적은 양을 사용하게 될 경우 필터가 깊고 넓어 제대로 된 추출이 어렵습니다. 통상 한 잔에 15~20g의 커피를 사용하는데, 융 드립 커피는 30~35g의 커피를 사용하여 60~100ml 정도로 진하게 내리면 보다 감칠맛 있고 깊은 커피를 음미할 수 있습니다.

 

  융 드립의 경우 뜸들이기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합니다. 물의 양이 너무 적으면 커피의 층이 두터워 팽창이 충분히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바닥까지 물이 닿지 않는다. 반면 물의 양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제대로 추출되지 않은 묽은 커피가 내려져 융의 진가를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물 붓기를 할 경우 표면이 지나치게 많이 팽창하여 부풀어 오른 커피가 터져 버립니다. 속도가 너무 느린 경우에는 뜸 들이는 시간이 길어져 불쾌 한 쓴맛과 텁텁한 맛이 나게 됩니다. 충분한 연습을 통해 한 두 방울 똑똑 떨어질 정도의 적절한 물 붓기를 하게 되면 적절히 팽창된 커피의 층을 통해 커피의 맛있는 성분을 추출할 수 있게 됩니다.

 

  융으로 드립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일반적인 다른 드립퍼를 썼을 경우와 같이 드립을 해도 맑고 윤기 있는, 진하고 매끈거리는 뒷맛을 음미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융드립의 묘미는 충분히 많은 양의 커피를 굵게 갈아 천천히 방울방울 떨어뜨려 주는 것입니다. 점점이 떨어지는 진한 커피는 그 맛이 입 안에 꽉 찬 느낌이며 심장과 핏속으로 진하게 엉겨드는 느낌입니다. 뿐만 아니라 작은 잔에 담긴 반짝거리는 그 칠흑 같은 커피는 매혹 그 자체입니다. 악마처럼 매혹적이며 죽음처럼 검고 유혹적인 이 한 잔의 커피는 그 어떤 행복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삶의 진수, 엑기스 그 자체입니다. 흔히들 에스프레소를 커피의 정수, 본질과 같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에스프레소가 바디감 좋고 묵직하여 맥주의 기네스와 같은 느낌이라면, 진한 융 드립 커피는 위스키처럼 산뜻하면서도 깊고 그윽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천천히 드립한 커피는 오랫동안 공기에 노출되기 때문에 내려진 커피의 온도가 떨어져 식은 커피가 됩니다. 이때 커피를 약한 불에 천천히 보온하여 온도를 보강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할 경우 처음의 커피에 비해 약간 숙성된 듯한 맛이 가미되어 커피가 한층 깊어집니다. 반면 바디감은 떨어져 약간 얇은 듯한 느낌 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추구하고자 하는 스타일에 따라 보온 여부를 선택합니다. 커피를 서버에 넣어 보온하는 방법은 커피에 바깥거품이 생겨 안으로 들어와 모이기 직전에 옮기는 것입니다. 융으로 내린 커피를 우유나 기타의 재료를 첨가하여 베리에이션을 만들 경우에는 가능하면 보온을 하여 차가운 커피가 주는 불쾌감을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터의 보관

  커피를 추출하고 난 다음에는 필터를 뒤집어 커피를 버리고 융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손잡이와 함께 드립퍼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밀폐용기에 잠길 정도의 찬물을 부어 융 필터를 담근 다음 냉장고에 넣어 보관합니다. 밀폐용기에 담겨져 있는 물에 기름이 끼기 쉬우므로 드립퍼를 씻고 물도 자주 갈아야 합니다. 장기 간 커피를 추출하지 않게 될 경우에는 깨끗이 씻은 필터를 완전히 말려 보관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거나 찌든 커피 냄새가 나기 쉽습니다. 오랫동안 사용 하지 않았던 필터를 다시 사용할 경우에도 처음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커피와 더불어 한 번 끓여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출 시간이 길어지거나 닳았다고 느껴질 경우, 혹은 융 드립 커피 특유의 감칠맛이나 향이 떨어졌다고 느껴질 경우 쓰던 필터를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융 드립은 추출 기술이나 관리가 까다롭고 어려우나 제대로 된 추출과 보관에 익숙해지면 그 어떤 드립으로 내린 커피보다 매력 있고 감동적인 한 잔의 커피를 만나게 됩니다.

 

끝으로..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른 추출 방식과 다른 꽉 차고, 풍부한 맛을 지닌 융드립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사람의 입맛이라는 게 늘 바뀌기 마련인데, 언젠가 진한 커피가 드시고 싶다하면 융드립으로 만든 커피를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융이라는 필터를 관리하기가 어렵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즐거운 맛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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