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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블렌딩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들어가기에 앞서 블렌딩의 사전적 의미부터 알아보자면 blend 섞다, 혼합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흔히 쓰이는 블렌딩은 커피 용어로 더 많이 쓰이는데요. 그뜻은 쉽게 얘기해 커피를 혼합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커피를 혼합한다는 게 과연 무슨 말일까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커피의 블렌딩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바로 들어갑니다.

 

블렌딩 방법

  블렌딩이란 여러 가지 커피를 섞어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즉 단종 커피가 한 종류의 커피만을 사용한 볶은 커피를 의미한다면, 개성 있는 여러 가지 커피를 적절한 로스팅 정도와 배합비율로 섞어 하나의 새로운 맛을 탄생시키는 것이 블렌딩 커피입니다. 이를테면 A와 B라는 커피를 섞어 C라는 새로운 커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스트레이트 커피는 그 커피가 원래 지니고 있는 개성적인 맛을 추구하기가 쉽고, 블렌드 커피는 조화된 맛과 향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커피는 생산 국가명, 수출 항구, 등급 등을 그대로 상품명으로 사용하나, 블렌드 커피는 로스터나 블렌더에 의해 창조된 것이므로 그 맛에 적절한 이름을 붙이면 됩니다. 때로는 그 블렌딩이 특정한 시기에 특별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질 수도 있으며 때로는 특정한 맛을 위해 창조될 수도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블렌딩으로 가족을 위한 따뜻함이 컨셉이라면 그에 맞는 맛을 창조 해낸 후 크리스마스 실버 블렌드, 가을에 판매할 블렌드라면 오텀 블렌드 등으로 이름마저 창조해낼 수 있습니다. 혹은 원하는 맛이나 사용한 커피를 붙여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모카 자바 블렌드 인데, 이는 모카커피와 인도네시아 자바 커피를 섞어서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혹은 블루마운틴 블렌드 등을 붙이면 블루마운틴을 중심으로 다른 커피를 섞은 블렌드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흔히 쓰는 표현은 가게의 이름이나 그 블렌딩을 한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입니다. 커피스트 하우스 블렌드, 홍길동 블렌드가 그것입니다. 몇몇 로스터리숍들은 대표적인 블렌드 커피 하나로 승부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방커피의 시대가 지나고 원두커피 전문점이 등장했을 때 블루마운틴이 가장 비싼 원두커피였다면, 하우스 블렌드는 가장 싸고 무난하게 선택할 수 있는 메인 메뉴였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하우스 블렌드라고 하면 그 집을 대표하는 얼굴 같은 커피입니다. 그 집을 떠올리면 그 집의 커피 맛이 떠올라야 합니다. 그러니 일반적이고 무난한 커피가 아니라 가장 심각하게 고려되고 블렌딩된 커피여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집집마다 두드러지게 커피의 맛이 달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가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가장 싼 가격으로 블렌드 커피가 메뉴화되었다면 가장 쉽게 접근하여 잊을 수 없는 커피가 되면 됩니다. 가장 비싼 커피가 되었다면 블렌딩의 노하우와 그 맛의 특징이 스트레이트 커피보다 가치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블렌딩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스트레이트 커피는 생두의 품질이 우수해야 하며, 블렌드 커피는 생두의 품질뿐만 아니라 고도의 로스팅 기술과 커피의 맛과 특징에 대한 폭넓은 지식까지 수반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블렌딩이란 스트레이트 커피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살리되 그 커피가 가지고 있지 못한 맛을 다른 커피들로 보완하는 과정입니다. 생두의 퀄리티가 훌륭할수록 스트레이트를 즐기는 묘미는 더할 나위 없이 큽니다. 왜냐하면 각 커피가 갖는 특징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상큼한 하루를 시작하고 싶을 때는 코스타리카 커피를, 부드럽고 편안한 오후를 만끽하고 싶을 때는 콜롬비아를, 외로움을 달래고 싶을 때는 묵직하고 바디감 있는 만델링을, 이런 식으로 그날의 분위기나 함께 있는 사람들에 따라 다른 커피들을 즐기면서 커피의 산지에 와 있는 상상을 한다면 커피를 한층 풍요롭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각 커피의 특징을 살려 음미할 수 있는 것이 스트레이트 커피의 특징이라면 블렌드 커피의 묘미는 한마디로 '조화'입니다. 신맛이 살아 있는 커피와 쓴 커피 맛의 조화, 가벼운 커피와 무거운 커피의 조화, 단순하지만 든든한 맛의 커피와 가벼운 듯하지만 복합적인 커피들 그리고 거기에 맛의 힌트를 줄 수 있는 커피를 섞고 묵직한 바디감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그리하여 바디감이 좋으면서 가볍지 않고 신맛과 쓴맛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커피를 만난다면, 그 맛의 환상적인 조화에 눈물이 날 지경이라면 이보다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블렌딩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목적과 원하는 맛에 대한 그림이 분명해야 합니다. 에스프레소를 위한 블렌딩을 할 것인지 아니면 핸드 드립을 위한 것인지 혹은 아이스커피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에스프레소용으로 블렌딩을 하고자 하면 원하는 맛은 강한 바디감과 묵직함을 원칙으로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신맛을 어느 정도로 가미할 것인지, 쓴맛을 위주로 신맛을 배제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반면 드립용으로 블렌딩을 할 경우에는 산뜻하고 깔끔함이 전제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에스프레소 커피와 달리 드립 커피가 주는 특징이 깔끔한 깊이이기 때문입니다.

© timmossholder, 출처 Unsplash

  그러자면 각 나라별 커피가 갖는 맛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합니다. 원하는 맛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면 이제 세밀하게 그 맛을 표현해내야 합니다. 바디감에 신맛이 적은 에스프레소용 블렌딩을 한다고 해봅시다. 우선 브라질이나 콜롬비아와 같은 바디감이 좋은 커피를 베이스로 둘 것입니다. 베이스 건축을 할 때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축대를 세우고 나면 살을 붙일 것 입니다. 이 살은 커피에 있어서 매력적인 역할을 합니다. 단순함에 화려함을 넣는 작업이요, 밋밋함에 활력을 주는 작업입니다.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파푸아뉴기니, 멕시코 등이 이러한 역할을 해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푸치노에 시나몬 가루를 뿌려 주는 것과 같은 마무리를 해주는데 이때는 살짝만 가미해 주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 커피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혹은 짐마나 하라와 같은 묵직한 에티오피아 커피를 넣어주기도 합니다. 에스프레소 커피의 경우에는 신맛이 심하게 강조된 커피는 기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에스프레소는 강한 압력을 통해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강한 압력을 가할 경우 신맛이 살아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신맛이 강한 커피들을 중심으로 섞게 되면 로스팅의 배전 정도를 높였다고 해도 시큼한 맛이 자극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이스가 될 커피를 정하면 이 커피가 비율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합니다. 저울을 두고 중심이 될 커피에서부터 비율을 정해 100으로 만든다. 이를테면 100g을 예로 들자. 브라질 35g, 과테말라 25g, 콜롬비아 20g, 코스타리카 15g, 만델링 5g 이렇게 합을 100이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맛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원하는 맛을 얻어내기 어렵지만 그 아이디어로 출발한 커피의 비율은 맛을 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100으로 만든 여러 가지 커피에 비율과 함께 번호를 매겨 둔다. 그리고 같은 온도로 같은 그램 수에 모든 조건을 같이 하여 맛을 비교합니다. 이렇게 만든 초기의 맛들로 인해 그 다음에는 어떤 커피를 조금 더 섞고 어떤 커피를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근사한 블렌드는 수십 수백 번의 블렌딩에 의한 결과물이란 것을 잊지 맙시다. 또한 블렌딩에 앞서 원하는 커피의 맛을 제대로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원두의 품질은 수확시기 마다 달라지므로 해마다 조합비율을 조절해야 합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블렌딩을 하는 방법에는 흔히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선블렌딩 후로스팅과 선로스팅 후 블렌딩이 그것입니다. 선블렌딩은 다름이 아니라 로스팅하기 전에 먼저 생두를 일정 비율로 섞은 다음 커피를 로스팅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원하는 블렌딩이 완성된 다음이어야 합니다. 선블렌딩의 장점은 한꺼번에 볶음으로써 원두의 색깔이 일정하다는 점이며 원하는 블렌딩의 양만을 볶음으로써 불필요한 원두의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생두가 가진 특징들을 살려내지 못합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이 단점은 선로스팅의 경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각각의 콩을 원하는 배전 정도에 따라 볶은 후 블렌딩을 함으로써 커피가 가진 각각의 고유한 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로스팅을 한 후 블렌딩을 하게 될 경우 이들의 특징을 잘 살려낼 수가 있어 많은 로스터에 의해 선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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