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 드립 커피에 대하여
드립 커피란 마음으로 내리는 커피란 말이 있습니다. 드립 커피는 커피에 마음을 담아 한 잔 한 잔 소중하게 내리는 작업입니다. 내릴 한 잔의 커피를 마셔줄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추출하는 작업입니다. 800여 가지나 되는 커피의 성분 중에 맛있는 성분만을 골라 잘 내리는 것입니다. 커피를 내리는 일은 콜롬비아나 에티오피아 같은, 그 커피가 가진 본연의 맛을 충분히 잘 설명해 주는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같은 종류의 커피를 일정한 물의 양과 온도로 똑같이 내려도 그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혹은 그 사람의 심성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손맛 나는 커피가 드립 커피입니다. 마음 맛 나는 커피가 바로 핸드 드립 커피입니다.
드립 커피는 음미하는 커피입니다. 하얀 커피잔을 감도는 와인색 중심에 맑고 진한 커피의 색을 음미하고, 살짝 피어오르는 따뜻한 온기를 손으로 느끼며 코끝에 감도는 향을 머릿속 가득 채우면, 불현듯 살짝 혓바닥에 입술을 대어 그 맛의 감촉을 느끼고픈 강한 유혹에 사로잡힙니다. 커피잔을 입술에 부딪히며 잘 데워진 따스한 잔 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커피 한 모금을 입 안 가득 굴리면, 신맛과 쓴맛과 단맛과 그 조화로움이 맑은 정신을 화사한 꽃밭이나 야생의 초원으로 이끕니다. 그들이 이끄는 곳에서 한바탕 웃으며 달콤한 사랑을 나누다 돌아오면 그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의 소망이, 또는 커피를 내린 주인장의 애정 어린 마음이 느껴집니다. 잘 내려진 한 잔의 블랙커피에는 단맛에 유혹되지 않고 우유로 탁해지지 않은 순수한 맛의 향연이 있습니다. 그 맛에 취해 사색에 잠기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로맨티스트가 된다. 드립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도구들이 필요합니다.
드립에 필요한 도구
주전자
드립 전용 주전자가 필요합니다. 전기로 끓이는 포트나 일반 주전자는 입구가 넓어 물줄기를 가늘게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반 주전자의 굵은 물줄기는 커피에 부어지는 물의 힘이 세기 때문에 커피가 움푹 파여 집니다. 또한 한 번에 주입되는 물의 양이 많기 때문에 묽은 커피가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주전자 아래쪽에서부터 주전자의 주둥이가 나와 있는 전용 주전자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주전자는 주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많습니다. 많이 쓰는 것으로는 카리타, 호소구찌, 다까히로, 유끼와 등등 다양하며 스테인리스 제품과 동 제품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비싼 동 주전자의 경우 물맛을 순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커피의 맛을 부드럽게 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버
한 잔 한 잔 뽑을 때는 잔 위에 바로 커피를 내려도 좋지만 이 경우에도 처음에는 그 커피잔에 들어갈 커피의 용량이 얼마인지를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출될 커피의 용량에 따라 써야 할 커피의 양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계량을 함으로써 맛있는 커피의 농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잔마다. 120ml~150ml, 180ml 혹은 300ml 등 다양합니다. 커피 한 잔에 몇 그램의 커피를 써야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때는 커피잔의 용량을 알아야 합니다. 커피 서버는 300ml, 500ml부터 그 용량이 다양합니다. 같은 종류의 커피를 두 잔 이상 뽑을 때 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서버는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깨지기 쉬우므로 서버는 취급 시 주의가 요구되지만, 내려지는 커피의 농도와 양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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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퍼
드립퍼는 원하는 맛에 따라 카리타, 메리타, 고도, 융 드립퍼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합니다. 드립퍼의 종류에는 플라스틱 수지로 된 것이 있고 사기나 동으로 된 것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수지의 경우 취급이 편리하고 가볍습니다. 또한 온도의 변화가 심하지 않아 보온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사기 드립퍼의 경우 반드시 뜨거운 물을 붓거나 에스프레소 머신 위에 올려두어 따뜻하게 보온 해준다. 동드립퍼의 경우, 드립퍼의 온도가 쉽사리 식지 않아 좋습니다. 드립퍼에는 드립퍼 안쪽으로 길쭉하게 살짝 튀어나온 것이 있습니다. 이것을 리브라고 부르는데, 리브는 드립퍼와 필터 사이에 공기를 통하게 하여 커피의 흐름을 좋게 한다. 리브가 없을 경우 커피의 가스가 빠져나갈 길은 위쪽 밖에 없기 때문에 커피가 화산처럼 폭발할 수가 있습니다.
페이퍼 필터
각각의 드립퍼는 드립퍼에 맞는 페이퍼 필터가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회사에서 나온 제품을 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카리타나 메리타처럼 생긴 필터라 드립퍼와 스쿱도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정확한 사이즈를 가늠하여 적절히 접어서 사용 하도록 합니다.
융의 경우 천으로 드립을 하는 것이므로 페이퍼 필터를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융 또한 영구적이지는 않습니다. 융의 털이 닳아 없어지면 새것으로 갈아 주어야 융 커피가 가진 제 맛을 살릴 수가 있습니다. 페이퍼 필터의 경우 필터의 조직에 따라 촘촘한 것이 있고 좀 더 굵직한 것이 있습니다.
조직이 굵은 필터의 경우에는 볶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커피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에 강배전한 원두나 볶은 지 시일이 좀 지난 커피의 경우에는 조직이 촘촘한 필터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이 두 경우에는 가스가 많지 않아 물이 커피를 통과하여 아래로 빠져 내려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페이퍼 필터는 펄프 냄새가 커피에 섞일 우려가 있습니다. 이 냄새가 불쾌한 경우에는 도금이 된 영구 필터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페이퍼 필터가 기름 성분을 흡수하는 반면 영구 필터는 유분을 통과시켜 보다 풍부하고 깊은 맛의 커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지난 포스팅에서는 에스프레소 방식에 대한 글을 많이 다루었습니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 방식을 많이 쓰는데, 그게 시간적으로 빠르기 때문입니다. 드립커피는 내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죠. 그래서 드립커피만 전문으로 하는 카페는 많지 않습니다. 반대로 드립커피는 엄청난 기계가 필요하지 않아서 가정집에서도 많이 내려 먹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드립커피 드셔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다양한 드립커피의 종류에 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